연말이면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괜히 들뜨고 흥청거리기 마련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젖는 것은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이 때문에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이나 방학을 앞둔 중·고교생들의 연말 음주에 대한 각별한 지도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청소년건강관리행태 통계에 따르면 중1∼고3 청소년 절반 이상(56.1%)이 음주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 음주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김석산 원장은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 음주를 하면 성인에 비해 신체의 주요 장기, 뇌, 신경계 등에 피해가 더 커 학습장애와 성장장애, 불안과 우울 증세 등의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요즘 같은 연말에는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습능력 떨어지고, 알코올의존증 위험 증가

청소년건강관리행태 통계에 따르면 첫 음주 나이는 평균 13.2세였으며, 최근 한 달간 한 잔 이상 음주한 청소년은 21.1%에 달했다.

음주 경험자 셋 중 한 명은 1회 평균 소주 10잔 이상(여자 소주 5잔) 마신 고위험 음주자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알코올은 위, 췌장, 간, 심장, 혈관, 뇌, 신경조직 등 인체 거의 모든 조직에 피해를 끼치는데 청소년기 신체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우선 성장기에 뇌 발달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뇌의 신경세포는 16세쯤에 완성되는데, 중·고교 때 음주를 하면 뇌세포가 손상되기 쉬우며, 이로 인해 기억력·사고능력 등이 저하되어 학습장애가 생긴다. 정상적인 성장도 방해한다. 음주를 많이 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억제돼 발육 부진과 피부 노화를 가져오기 쉽다.

이뿐 아니다. 15세 이전부터 음주를 하면 성인이 된 후 마신 사람에 비해 알코올 의존증이 될 가능성이 5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자신의 적정 주량을 모른 채 급하게 마시다가는 급성알코올 중독을 야기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른다. 매년 연말이나 신학기 때 급성알코올 중독으로 수 명의 신입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이를 보여준다.


◇성장기와 학습기에 있는 청소년의 과다한 음주는 지능을 떨어뜨리고 성인에 비해 중독성이 강하다. 알코올 유혹이 많은 연말에 청소년에 대한 각별한 생활지도가 필요한 이유다.

◆일탈과 폭력 등 정서적인 장애 초래

청소년 음주는 신체적인 문제뿐 아니라 각종 정서적인 문제도 유발한다.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음주 후 불안증세가 높아져 폭력이나 사건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알코올은 뇌기능에 이상을 일으켜 평형 및 방향 감각, 판단력 등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음주 후 사고 발생도 쉽다. 운동기능 이상으로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다치기도 하고 판단력 손실로 절도, 성추행, 음주운전 등의 사고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불안과 우울 증세가 있는 청소년의 경우 음주로 인해 삶의 의욕을 상실해 비관주의에 빠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음주 상태에서 충동적인 자살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청소년 음주의 폐해가 적지 않은 만큼 성탄절 등이 낀 연말에는 청소년들에 대한 각별한 생활지도가 필요하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은 시험으로부터의 해방의 기쁨을 즐기기보다는 대입 혹은 취업 후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그간 공부 때문에 미뤄 왔던 취미생활과 운동에 몰두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갑자기 생긴 여가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음주 유혹에 더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취미, 운동, 문화생활 등으로 여가를 보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진로문제 등으로 고민이 많은 시기인 만큼 혼자서 풀려고 하지 말고 친구나 부모, 선생님과 상의할 수 있게 한다. 가족 등 주변인과의 상담이 어렵다면 청소년 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청소년 음주폐해를 덜기 위해서는 가정 내의 환경도 중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자녀는 그렇지 않은 자녀보다 알코올의존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4∼8배 높다는 통계가 있다. 쌍둥이와 입양자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알코올의존증 가정의 자녀가 알코올에 더 많이 의지한 것으로 보아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김석산 원장은 “청소년들은 성장단계에 있기 때문에 음주를 하면 장기 손상이 더 심하고 특히 뇌세포 손상으로 기억력과 사고능력이 저하되는 등 학습장애 문제가 일어난다”면서 “음주에 노출되기 쉬운 연말에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음주 예방 교육 및 상담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2010.12.1 / 세계일보
박태해 기자 pth12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