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수면시간은 8시간 30분이지만… ‘꿈같은 얘기’

입시와 사교육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 거의 전체가 적정수면 시간을 채우지 못해 성장 발달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 기준 청소년들의 적정 수면시간은 하루 8시간 30분에서 9시간 15분 사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만 10-24세)의 수면 시간은 평일 평균 7시간 32분이었다.

고등학생 청소년의 경우 평일 수면시간은 평균 6시간 31분에 불과했다. 학교밖 청소년들의 경우 7시간 31-33분으로 1시간 이상 많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생활시간 조사를 여성가족부가 재분석한 ‘청소년 수면실태 분석’에 따르면 특히 고등학생들은 평일의 경우 96.4%가 적정 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고, 77% 이상이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20% 이상은 병적인 주간 졸음에 시달리고 있었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의 수면부족 원인으로 과도한 사교육과 컴퓨터 게임 등의 인터넷 사용 등을 지적했다. 평일 오후 11시 이후에도 사교육을 받는 비율은 중학생 2.1%, 고등학생 8.8%였으며, 만 9-12세의 2.1%, 만 13-15세의 6.4%, 만 16-19세의 19.5%가 오후 11-오전 6시 사이에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난해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9-19세 인터넷 중독자는 93만 8천명(중독률 12.8%)으로, 전체 인터넷중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햐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수면시간은 지난 10년 전보다도 다소 낮아졌다. 지난 1999년 조사에서는 초등학생 8시간 48분, 중학생 7시간 48분, 고등학생 6시간 39분이었으나, 지난해 조사에서는 초등학생 8시간 38분, 중학생 7시간 38분, 고등학생 6시간 31분으로 전체적으로 10여분 가량 줄어들었다.

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청소년 수면시간은 최저 수준이다. 지난 2004년 자료 기준으로 만 15-24세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의 경우 우리나라가 7시간 30분으로 가장 짧았고, 독일 8시간 6분, 스웨덴 8시간 26분, 핀란드 8시간 31분, 영국 8시간 36분 등이며 미국이 8시간 47분으로 가장 길었다. 특히 외국의 경우 연령별 수면시간을 보면 사회생활이 가장 왕성한 40대 초반이 가장 짧은 반면, 우리나라는 가장 왕성한 성장기인 15-19세 때 가장 짧았다.

수면부족은 먼저 감정통제의 어려움과 ADHD 등 행동상 장애 또는 우울증을 초래하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학교생활 및 학업성취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학습 후 밤에 잠을 잔 경우 학습효과가 향상되지만, 잠을 자지 않으면 효과가 향상되지 않아 학습과 기억을 위해 수면은 필수적 요소라고 지적한다. 학업성취도가 낮은 청소년들은 높은 청소년들에 비해 수면시간이 늦거나 불규칙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성가족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제4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에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관련 부처와 협의 후 반영할 예정이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수면 친화적 학교환경 조성을 위해 교사들에게 청소년 수면의 중요성과 수면부족 문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위해 학원 심야교습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하는 지자체 조례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수면권에 대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청소년 인터넷게임 중독 해소를 위해 청소년 회원가입시 친권자 동의를 의무화하고 게임 이용정보를 부모에게 고지하며,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오전 0-6시까지 온라인게임 제공을 금지하는 셧다운제 등을 도입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09년 3월과 9월 약 8100개 표본가구에 거주하는 10세 이상 2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여성가족부는 이들 중 만 10-24세 연령의 4628명을 따로 분석했다.

2010.12.17 / 크리스천투데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