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과격해지는 '학교폭력'

전문가들 "인명·인권 경시풍조 만연"

최근 칼부림·성폭력·투신자살·도박강요 등 학교폭력 사건이 줄줄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방학 중 폭력, 졸업빵을 시작으로 상습 집단성폭력, 장애학생에 대한 폭력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26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에 따르면 올 한해 동안 학교폭력 사건으로 도움을 청한 사례는 총 1만여건이 넘었다.

내용은 흉기를 이용한 폭력과 따돌림, 성폭력 등 매우 다양했다. 이로 인해 8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다. 서울지역의 학교폭력은 지난 2년8개월간 총 1만1799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2.1건이 발생한 셈이다.

연도별로는 2008년 4028건에서 2009년 5013건으로 전년대비 24.0% 증가했다. 올해 8월 현재까지는 2758건이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단순폭력이 1496건(54.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금품갈취폭행 953건(23.6%), 성폭력 113건(2.8%) 등의 순이었다.

자치구별로는 중랑구가 239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 190건, 강서 185건, 관악 169건, 노원 167건, 광진 167건, 동대문 122건 등 순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학교폭력은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후배의 입에 불 붙은 휴지를 물리는 등 가혹행위를 한 고등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의 모 외국인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A군(18) 등 2명은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학교 뒷산으로 동아리 후배 19명을 불러냈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기합을 주고 버티지 못하면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가했다.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평소 후배들이 연습에 빠지면 입에 불 붙은 휴지를 물리고 버티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후배에게 도박을 강요하고 상습적으로 돈을 빼앗은 고등학생도 있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지난 13일 후배에게 도박을 강요하며 상습적으로 돈을 빼앗고 주먹을 휘두른 B군(18)을 폭행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B군은 지난 10월9일 밤 8시께 부산 북구 금곡동의 한 놀이터에서 학교 후배인 C군(17)을 자신과 도박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모두 420만원을 빼앗았다.

중학교 남학생이 교실에서 흉기를 휘두른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9일 오후 1시께 경기 안양시 평촌동 한 중학교 교실. 이 학교 3학년생 곽모군(15)은 여학생 등 5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야구부 숙소와 학교 본관 건물 사이 폭 1m 정도의 길을 지나다가 권모양(15)과 어깨가 부딪히면서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곽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지하고 있던 10㎝ 정도의 흉기로 권양 등 여학생 4명과 남학생 1명을 차례로 찔렀다.

경찰 관계자는 "곽군과 피해 학생들은 같은 학년일 뿐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다"며 "곽군은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도 최근 학교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집중단속을 벌였다. 경찰청은 지난달 1일부터 6주간 학교폭력 집중단속을 실시한 결과 가해자 2257명을 적발했다.

가해자 2257명 가운데 7명은 구속되고 1855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395명은 소년부로 송치됐다.

가해 학생은 중학생이 4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등학생(32.2%), 초등학생(3.1%) 등의 순이었다. 가해 유형은 단순폭력(67.2%), 금품갈취(27.7%), 성폭력·명예훼손 등 기타(5.1%) 순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과격해지는 것은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인명과 인권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피해학생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갖고 살고 폭력을 저지른 청소년들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반성보다는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하고 치료전문기관, 학교 등 관련 기관과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예단 관계자는 "현재 국내 초·중·고교는 겨울방학과 졸업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1년 새해에도 방학 중 폭력과 졸업빵이 우려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고 전했다.

이어 "새해에도 한 박자 늦는 사후처리가 되지 않으려면 관련부처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예방과 지원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12.26 / 뉴시스
배민욱 기자 / mkba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