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두 사람이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관람차 안에서 애틋한 키스신을 선보였다.

이는 KBS 2TV 월화드라마 ‘드림하이’의 한 장면으로 지난 7일 택연(진국 역)과 수지(혜미 역)는 그 동안 쌓여왔던 오해를 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입을 맞췄다.

관람차 키스신은 감각적으로 표현돼 다수의 시청자들로부터 아름답게 그려졌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해당 장면이 방송된 후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에서 미성년자인 수지의 키스신이 가감 없이 방송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혹평을 쏟아냈다.


실제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지만 공영방송에서 고등학생들이 키스하는 장면을 대놓고 보여주다니”,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는 드라마에서 고교생들이 키스신을 벌이거나 목숨 바쳐 짝사랑 하는 내용은 좀 과하지 않나 싶다”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특히 “수많은 10대들이 보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에 키스신이라니 파급 효과가 얼마나 클지 생각해 보셨나요?”라며 제작진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물론 요즘 고등학생들이 이성 친구를 두는 일은 흔한 일인데다 첫키스 연령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에 키스신이 무슨 대수냐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동시에 주 시청자 층으로 자리 잡은 드라마에서 이와 같은 영상들이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동안 드림하이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며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극 중 인물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내세우며 시각적인 면을 어필했다.

덕분에 드라마 속 수지, 은정을 비롯한 기린예고 학생들은 ‘기린룩’이라는 패션을 만들었고 택연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드라마 속에서도 짐승돌로 자리 잡았다.

이런 모습을 본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연예인들을 모방하려는 욕구에 충실히 반응하며 타이트한 교복과 아슬아슬한 치마 길이의 조합에 열광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여학생들의 선망의 시선을 받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밖에 없게 됐다.

더불어 외모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극 중 아이유가 연기하고 있는 필숙 역이 대표적인 예로 뚱뚱한 필숙은 못생기게 표현된 반면 살을 빼고 난 후의 필숙은 외모가 빼어난 학생으로 묘사돼 날씬한 것이 곧 예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

또한 드림하이는 그렇지 않아도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아이돌’이라는 위치를 더 빛나게 만들며 자신도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헛된 환상을 심어주기 쉽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하루에도 수많은 연예인들이 아이돌을 꿈꾸며 데뷔하지만 그 중에서 진짜 아이돌이 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 말한다.

반면 드림하이 속 주인공들은 실제 연습생들에 비해 너무나 쉽게 톱스타가 된다.

택연의 경우 자신의 원하지 않음에도 쇼케이스 무대에 한 번 선 것 만으로 유명 기획사의 눈에 들며 스타 대열에 합류한다.

수지와 김수현은 아직 데뷔하지 못했지만 기린예고 내에서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으며 우영과 아이유 역시 극 중 뛰어난 실력과 외모를 선보여 나머지 주인공 모두 스타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충분히 예측하게끔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처럼 쉽게 스타가 될 가능성은 소위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힘들다. 현실 세계에서 7~8년을 연습생으로 지낸 아이돌이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방송사들은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모방심리를 부추기거나 10대 청소년들의 정서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될 시 해당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시키거나 방송을 폐지했다.

하지만 현재 드라마는 어떠한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는 청소년들에게 드림하이가 과연 약으로 작용할지 독으로 작용할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1.2.9(수) / My스타뉴스
김미리 기자 (kmr1124@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