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광고 봤다' 89% … '밤 10시 이전 TV광고 제한' 효과 없어, 관련법 강화해야

청소년들이 술과 담배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청소년들의 56.3%가 TV를 통해 술 광고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나 술 광고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고자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회장 윤종필, 이하 예방협회)가 2010년 연말 서울의 중·고등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나타났다.

◆'술 광고 보면 마시고 싶다' = 예방협회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시 소재 중·고등학교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술·담배 광고의 노출 정도와 노출로 인한 구매 욕구의 연관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88.8%의 청소년이 술 광고를 1년에 한번이상 보았으며, 하루에 한번이상 술 광고를 본다는 청소년도 51.5%에 달했다. 또 청소년의 56.3%가 TV를 통해 술 광고에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 광고를 지하철 전광판이나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청소년의 70.3%가 '있다'고 답했고, '술 광고를 보고 술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꼈나'란 질문에 대해서는 17.1%가 '느꼈다'고 답했다. 실제 '술을 구매하는 친구를 본적이 있는가'란 질문에는 32.1%가 '있다'고 말했다.

◆'담배 진열된 것 봤다' 95% = 청소년들은 담배광고에도 무방비였다. '편의점 계산대 등에서 담배 진열을 본 적 있는가'란 설문에 95.3%의 학생이 '있다'고 답했다. 하루 한번 이상 담배 진열을 본다는 학생도 35.2%나 됐다.

'영화에서 배우가 담배 피우는 장면을 본적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도 89.4%가 '있다'고 답했고, '영화배우의 흡연 장면을 보고 담배 피우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는가'란 질문엔 11.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인터넷에서 담배광고나 홍보물을 본적 있는지'에 대해서는 48.6%가 '있다'고 답했다.

또 청소년들은 술과 담배 광고나 홍보 금지에 대해 15.1%가 '전부 금지해야 한다', 56.5%는 '부분적으로 금지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성인이 됐을 때 흡연이나 음주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어느 정도 있다'는 응답이 35.5%로 가장 많았고, 6.5%는 '의향이 많다'고 답해 광고의 효과가 있음을 보여줬다.

◆"술 광고 금지 12시까지 연장해야" = 예방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TV에서 청소년에게 술 광고 노출을 막기 위해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는 밤 10시 이전까지 TV에서 술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예방협회 이복근 사무총장은 "청소년들이 야간자율학습이나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시간이 10시 이후이기 때문에 밤 10시 이후 주류광고는 지금의 청소년의 생활 패턴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며 "술 광고 금지시간을 밤 12시까지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또 "담배 판매처의 담배 전시가 청소년의 담배 구매 충동을 느끼게 하고 있지만 그것을 제재 할 수 있는 법이 없어 담배회사의 광고 전략에 우리의 청소년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주류회사와 담배회사의 미래 고객층인 청소년에 대한 광고 활동을 강력하게 규제 할 수 있는 법 제정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2011.2.10 / 내일신문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