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등, "성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10대 학생들의 80%가 음란물을 통해 성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가운데 중·고교에서 보건과목을 확대해 ‘성교육을 전국적으로 의무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8명이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접해 본 경험이 있다고 나타나 청소년기에 80%가 음란물을 통해 성을 접해 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될 우려를 낳고 있다.

13살 때 음란물을 접했다는 고등학교 1학년 최 모(17)군은 "저희 학교는 성교육 과목이 없을 뿐더러 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자 부모님과 말하기는 민망하다"며 "주로 성적 궁금증이 생기면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댓글을 통해 배운다"고 말했다.

실제 한 인터넷 청소년성상담센터 커뮤니티에 방문한 결과 상당수의 학생들이 이성교제를 하면서 겪는 “임신 우려가 되요”, “공부하는 데 욕구가 자제가 안되는데 어떡하죠?” 등 성지식 부족 오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익명으로 고민 상담을 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학생들이 성지식을 묻는 글이 쇄도하고 있지만 근거 없는 답변들과 부적절한 지식들이 난무하고 있어 10대 청소년들이 성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해 성교육의 부재는 심각한 실정이다.

◇ 일선 학교, “성교육도 선택과목제”

2007년 11월 여야 국회의원 33인이 공동발의하고 10여 차례의 회의를 거친 결과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로 인해 학교 보건교육과정의 책무가 법적으로 의무화됐다.

이는 모든 학교에서 전 학생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실시하고자 교재와 수업일수를 정해 중·고등학교에 보건과목을 필수적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청양고등학교 김종림 보건교사는 “보건과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교육계 안에서 교육법은 별도로 구분해 굳이 의무화할하지 않는다”며 “다른 학교에서는 성교육이 필수과목이 아니라 아이들이 성지식을 배울 기회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12월 '2009 개정 교육과정 개편안'은 집중이수제 도입과 선택적 과목이수를 제도화 해 보건과목은 선택사항에 해당된다.

◇ 보건교사, “성교육 의무 수업 해야”

A고등학교 김모 교사는 “성교육은 국영수의 주요 과목과 같이 전인적인 생활문화교육이자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의무화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핀란드나 독일의 경우 성교육이 의무화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례를 활용한 교재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김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성관계에 있어서도 조숙하기 때문에 임신문제나 성병 문제로 상담을 하러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시간으로는 아이들이 실질적인 성지식을 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교육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교과목수를 축소하고 선택과목의 폭과 시수가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주요과목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조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화여자대학교 보건관리과 박경옥 교수는 “보건과 안전은 수학능력과 관련된 교과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꼭 필요한 지식을 배우므로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 만큼 음주, 흡연, 약물, 성으로부터 안전한 건강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청소년의 인생에 있어서 똑같이 중요하다는 점에 누구나 동의할 것입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교육자로서 학교는 학원과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학교는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을 지향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보건교육은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구제역 발생에 이어 전염병과 관련된 위생관리 점검이 강화된 가운데 보건교육이 학생들에게 더욱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2011.2.13 / 메디컬투데이
장윤형 기자(bunny@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