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엔 대전 지역으로 추정되는 중학교 졸업생들이 교복을 찢은 채 뒤풀이를 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대전지방경찰청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이 사진에는 교복 치마가 찢겨 속옷이 노출됐거나 입에 청테이프가 붙인 채로 나무에 묶인 학생 등 6명의 모습이 등장한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개 9마리를 도살한 고교생 2명이 구속되고, 5명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처럼 10대들의 범죄가 잔혹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대 박지선(범죄심리학) 교수는 “하고 싶은 것을 현실적으로 이룰 수단이 없을 때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이 가져오는 긴장감을 부정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 중 하나가 범죄”라며 “패자와 낙오자에 대해 배려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초등학생 납치 사건의 피의자인 10대 소녀들은 지난 15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가족이 있는데도 “가족이 없다”고 말하거나, 조사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최양은 지난해 부모가 이혼한 뒤 자퇴했다. 또 다른 최모(15)양도 잦은 가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과 10대 간의 법의식 사이에 점차 괴리감이 생기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는 청소년기에 동년배 사이의 ‘또래 의식’이 강한 데서 비롯된다. 최근 정보기술(IT) 발달 등으로 ‘그들만의’ 법의식과 윤리 규범이 점차 견고해져 성인의 법의식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10대 범죄자들이 범죄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서강대 전상진(사회학) 교수는 “같은 시대에 살지만 다른 시대에 사는 것 같은 ‘동시대인의 비동시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예컨대 최근엔 가족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부모와 대화하기보다는 각자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또래끼리만 소통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 개 도살 사건으로 붙잡힌 고교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재미 삼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생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졸업식 뒤풀이의 가해자 중 상당수도 “선배들로부터 내려온 전통에 따라 재미 삼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른들이 깜짝 놀라는 범죄에 대해 청소년들은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폭력적인 내용의 드라마·영화·게임 등에 10대가 쉽게 노출되는 환경도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점이다. 일부 전문가는 최근 케이블 채널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외국 범죄 드라마들이 범행 수법을 지나치게 자세히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박지선 교수는 “청소년 범죄는 대부분 모방범죄”라며 “범죄 수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외국 드라마 등을 이대로 놔뒀다간 10대들의 범행 수법이 보다 대담해지고 잔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의 범죄엔 어른들과 사회의 책임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폭력 예방재단의 김미정 팀장은 “10대 폭력은 사회 폭력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엽기적인 성인범죄가 잇따르면서 청소년 범죄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10대 때 범죄를 저질러 한번 낙인이 찍히면 이후 성인이 돼서도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10대 범죄에 맞는 예방 교육과 교도 행정이 요구되는 이유다.

　김 팀장은 “학벌 위주, 성적 위주의 교육을 넘어 상대의 마음을 공감하거나 배려하는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며 “10대 범죄를 아이들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사회적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2.18 / 중앙일보
송지혜·심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