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폭력에 떠는 여성장애인] 실태

[세계일보 2004-04-22 19:06]  


여성 장애인들에 대한 성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이들은 대부분 성폭력 사실을 신고조차 못하는데다 법적·제도적 구제책도 거의 없어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장애인의 달인 4월 여성 장애인의 성폭력 실태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두 번에 걸쳐 짚어본다.

#1…지난해 1월 경기도 성남시 중동 윤락가에서 발견된 정신지체 3급 A양(19)과 지체장애인 B양(19).

두 사람은 가족의 학대와 학교 폭력 때문에 몇해 전 가출해 티켓다방 등을 전전하다 이곳까지 팔려 왔다.

발견 당시 이들의 몸은 불로 지진 흔적과 멍투성이였고, 성병에 걸렸던 B양은 업주가 가위로 질속의 고름덩이를 잘라내는 바람에 만신창이였다. 업주는 이들에게 만취한 손님을 밀어넣고 모래를 뿌린 밥을 주는 등 인간 이하의 갖은 만행을 저질렀다.

#2…몇달 전 동네 목사 부부의 도움으로 경기도의 한 성폭력상담소를 찾은 C(31·여)씨는 임신 8개월의 만삭이었다. 고아로 10여년간 외진 동네에서 혼자 살아온 C씨는 임신은커녕 자신이 성폭행당한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아이를 사산한 C씨는 상담소의 도움으로 정신지체 2급으로 등록됐지만 여전히 혼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따르면 통상 전체인구의 약 10%가 장애인이고 그 중 45%가 여자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장애인은 2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2003년 12월 현재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여성 장애인은 48만9852명에 불과한다. 신고가 안 된 장애인은 법적 보호와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지난해 전국 12개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의 상담사례를 여성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장애여성 강간은 2432건이나 된다. 장애여성 전체 성폭력 건수의 절반이 넘는다. 장애인이 아닌 여성의 성폭력피해 건수에서 강간이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장애인 여성의 경우 강간피해가 매우 높다. 그러나 신고되지 않은 성폭력은 이보다 수십배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한국장애여성공감이 200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장애인의 90%가 성적 폭력을 경험한 바 있고, 이 중 68%의 여성이 미성년일 때부터 성적 학대에 시달렸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있다.

이처럼 음지의 여성장애인을 노린 성폭력은 강간과 강제추행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부터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다.

경원사회복지회 부설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의 한영애 소장은 “여성장애인은 성폭력을 당해도 거의 신고를 하지 못해 실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피해자를 위한 지원체계를 확충하고, 장애인에 대한 가해자는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균기자/bell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