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온상' 길거리 인형뽑기 기계…확률 조작도
실외 설치 불가능하지만 계도 조치 동안 기계 옮겨 재설치 성행
휴대용 칼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경품, 통학로 침범도
짝퉁 유통에 이용…확률 조작 기계까지 등장

(서울=포커스뉴스) 이른바 인형뽑기 기계로 알려진 '크레인 게임기'가 각종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

19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전국에 수십만대의 크레인 게임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설치와 철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크레인 게임기는 500~1000원을 넣고 크레인을 조작해 원하는 경품을 집거나 밀어내는 기계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따라 게임제공업으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영업소의 규모에 맞춰 2~5대까지 설치할 수 있다.

다만 모두 실내에 설치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번화가 등 거리 곳곳에서 실외에 설치된 크레인 게임기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들 크레인 게임기의 업주들은 실외 설치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더라도 기계를 옮겨 재설치하는 수법으로 교묘하게 처벌을 피해가고 있다.

한 창업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실외 설치된 크레인 게임기와 그 주위에 몰린 10대 학생들의 사진을 올려놓은 홍보 게시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린 학생들이 학교 등을 오가는 통학로까지 사행성을 접이식 칼이나 휴대용 다용도 칼(일명 맥가이버 칼), 라이터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경품이 들어있는 크레인 게임기가 침범한 실정이다.

서울에서 크레인 게임기 10여대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어른들의 사행성을 부추기려고 하다보니, (칼과 같은) 경품이 크레인 게임기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과거 성인용품 등도 경품으로 넣었는데 단속이 워낙 심해서 지금은 그러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크레인 게임기는 유명 브랜드의 모조품(일명 짝퉁)이 유통되는 등의 각종 범죄에 이용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지난 1월 국산 전자제품을 중국에서 본 떠 만든 이른바 짝퉁을 밀수입한 뒤 국내에 유통한 혐의로 밀수업자 A(35)씨와 중간 유통업자 B(48)씨를 구속기소하고, 다른 유통업자 C(37)씨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중 C씨 등 11명은 A씨로부터 사들인 중국산 짝퉁 전자제품을 크레인 게임기를 통해 판매한 혐의다.

반면, 크레인 게임기가 오히려 범죄의 표적이 되는 일도 등장하고 있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지난해 6월 크레인 게임기 현금 보관함에서 돈을 훔친 혐의로 D(16)군 등 10대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크레인 게임기가 길가에 설치된 상태로 24시간 운영되는 점을 노리고 지난 2014년 11월부터 청주시 일대를 돌며 크레인 기계 19대를 털어 총 65만여원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프로그램이 조작된 크레인 게임기까지 나타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게임위는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불법 개·변조 크레인 게임기 등에 대한 근절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8일에는 광주지방경찰청과 합동단속을 통해 불법 개·변조 크레인 게임기 업자들을 무더기로 적발하고, 이를 공급한 유통업자에 대해 수사의뢰 조치했다.

이들은 크레인 집게의 힘조절 등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건드려 경품 획득 확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크레인 게임기 등 뽑기류 게임물의 등급분류기준을 강화해 등급분류 단계에서부터 불법 개·변조가 우려되는 게임물에 대한 검토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세부적인 기준 등이 담긴 등급분류신청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다음달 중 공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hufs@focu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