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흡연 땐 과태료" 학생 금연효과 톡톡

부산 6개 고등학교 시행 올해 보건소 신고건수 '0'건…"부적절한 조치" 비판도 뚝

학교가 교내흡연으로 적발된 고등학생을 보건소에 신고해 과태료를 내게 하면서 흡연 적발 건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초기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5년여 만에 ‘학생 금연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29일 강서고 등 부산 강서구 6개 고등학교에 따르면 올해 교내흡연으로 적발된 학생이 한 명도 없다. 이들 6개 학교는 2013년부터 교내흡연 학생들을 부산 강서구보건소에 신고하고 있다.

금연구역인 학교 안에서 흡연하면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으로 과태료 5만 원을 부과받을 수 있다. 보건소는 학교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학생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학교를 방문해 금연클리닉과 흡연예방교실을 연다.

부산 강서구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학교들은 통제가 안되는 흡연학생 수가 많은 편이었다”며 “교사들이 생활지도를 해도 해결이 안돼 과태료를 부과해 달라고 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육지책으로 시작했지만 효과가 나타났다. 2013년에는 총 120명이 과태료를 부과받았지만, 2014년 30명, 2015년 20명, 지난해 9명으로 점차 줄더니 올 들어 지난 27일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신고되지 않았다.

A고등학교 관계자는 “화장실마다 감지센서를 설치해 학생들의 경각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고, B고등학교 관계자도 “5만 원이면 학생 입장에선 큰돈이라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산 동남지방통계청의 ‘2016년 부산 청소년 건강행태 변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흡연율은 5.7%로, 2013년 9.7%보다 감소했다. 전국 청소년 흡연율도 2013년 9.7%에서 지난해 6.3%로 줄었지만, 부산지역 감소 폭이 좀 더 컸다.

‘학교가 생활지도를 포기한 부적절한 조치’라고 반발이 나오자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해당 학교들을 조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학내 흡연이 눈에 띄게 줄자 학부모 반발도 잦아들었다. 학교들은 흡연학생들에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학기 초마다 사전공지하고 가정통신문을 배포한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들이 사전에 공지한 것이기 때문에 교육청 입장에서 특별한 조치를 내릴 게 없었다”고 밝혔다.

효과가 확인된 만큼 해당 학교들은 앞으로도 ‘최후의 수단’으로 교내 흡연학생 과태료 부과를 활용할 계획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올해는 아직까지 적발 건수가 없어서 적발되는 학생이 생길 경우 협의해볼 문제”라면서도 “계도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다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복근 청소년 흡연음주예방협회 사무총장은 “현행법상 청소년 흡연을 처벌할 수 없어 흡연이 만연한 상태”라며 “얼마나 통제가 안되면 이런 방법까지 나왔을까 안타깝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흡연으로 인한 폐암 가능성만 강조하는 일관적인 ‘위협성 흡연예방교육’이 변해야 한다”며 “나이·성별 대상에 맞는 쪽집게식 맞춤형 예방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peac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