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 지망생 A양(15·중3)은 오디션을 받으러 갔다가 자신의 가슴과 다리 등을 쳐다보는 끈적한 시선을 여러 번 느꼈다. 한 번은 몸을 좀 더 노출시켜 보라는 강요를 받기도 했다. A양은 그런 일을 겪으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최근 잠을 못 이룰 때가 많다.

# 연기자 B군(16·고1)은 올 1학기 내내 일주일에 평균 이틀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하루 14시간 이상 드라마 촬영을 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밤중이나 주말에 촬영하는 일도 잦았다. 숙제를 할 시간도 거의 없어 학교 생활도 즐겁지 않았다.

연예인으로 활동 중이거나 연예인을 지망하는 청소년들의 기본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1명꼴로 특정 신체부위의 노출을 경험하고, 절반가량은 일주일에 반나절 이상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청소년(9~24세)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 103명(남성 53명, 여성 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 연예인들의 인권실태를 조사한 적은 있지만, 청소년 연예인의 근로·학습 실태까지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19세 미만의 조사 대상자 중 10.2%는 연예활동 때 다리·가슴·엉덩이 등을 노출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여학생은 60%가 강요를 받고 신체를 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4.6%는 성형수술을 권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근로권이나 학습권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18세 미만의 응답자 중 35.9%는 하루 8시간 이상 일한 적이 있었고, 41%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이나 휴일 근로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응답자의 65.9%가 학교 수업 참여를 중요하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올 1학기 동안 일주일에 이틀 이상 수업을 받지 못한 경우가 26.9%나 됐다.

여성가족부 백희영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소년 연예인의 성적 대상화 등과 관련해 우려했던 부분이 일부 확인됐다”며 “이번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좀 더 면밀한 분석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26일 관련 전문가, 정책 관계자들과 이에 대한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2010.08.24 / 중앙일보
김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