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1천여 명이 먹는 급식에서 애벌레가 대량으로 발견됐지만 해당 학교와 급식업체 측이 미온적으로 대처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5일 점심시간 부산의 모 중학교. 인근의 모 고등학교 조리실에서 만들어 학급별로 배달된 육개장에서 흰 애벌레가 잇따라 나왔다.


부산 모 학교 1천여명에 제공된 육개장서 발견
일부 학생 국 먹은 후에 방송으로 배식 중지
학교측 직영전환 차일피일 학부모 요구도 거부


학교 측은 급식이 시작된 지 10여 분 후 방송을 통해 "배추의 애벌레가 나온 것"이라며 육개장 배식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이미 국을 먹은 후였다. 같은 시간 모 고등학교 식당에서도 육개장 배식이 중단됐다. 역시 '애벌레 육개장' 때문. 학생들은 국 없이 밥을 먹거나 애벌레 때문에 비위가 상해 점심을 전혀 먹지 못하기도 했다.

이날 급식은 중간고사를 치른 후 일찍 하교한 모 고등학교의 3학년을 제외하고 1, 2학년 600여 명과 모 중학교 학생 500여 명 등 1천여 명이 넘는 학생과 교직원에게 제공됐다.

모 중학교의 이 모(14) 군은 "방송으로 국을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이미 육개장을 반쯤 먹었을 때였다"라며 "그 이후에는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두 학교의 급식은 지난 2000년부터 한 업체가 위탁운영 중이며 영양사 2명이 근무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모 고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조리실에서 점심, 저녁을 만들어 모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배식하고 인근 모 중학교로도 보낸다.

이에 모 중학교 학부모 10여 명은 26일 학교를 찾아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으나 학교와 업체 측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학부모들은 학교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급식 관계자 문책과 직영급식 전환 등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학부모 김 모(45·여) 씨는 "아이들의 먹거리 문제인데도 학교 측에서는 영양사 등 관계자 처벌을 미루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직영급식으로 전환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모 중학교 관계자는 "3개 학급에서만 애벌레가 나왔고 배식을 즉시 중단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위생점검을 철저히 할 것"이라며 "직영급식 전환은 공간이 부족해 할 수 없고 급식을 보내주는 모 고등학교가 우선 직영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모 고등학교의 경우 현재 위탁업체가 사용하고 있는 조리실 공간을 활용하면 직영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공간이 부족해 직영으로 전환할 수 없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급식법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까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직영으로 전환해야 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위탁업체가 사용 중인 조리실이 있는데 공간이 없어서 직영을 못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데 학교 측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라며 "올해 교육청에서 예산 지원도 계획돼 있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직영 전환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2010.08.27 / 부산일보
성화선 기자 ss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