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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만장 내인생' 독해져만 가는 열다섯 인생
  구경미
  문학과지성사
  2016-12-29
   
꽃길만 걷고 싶지만, 도무지 독하지 않을 수 없는 열다섯 인생!


아이들은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꽃길만 걷고 싶지만, 도무지 독하지 않을 수 없는 열다섯 ‘동이’의 인생! 그러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많은 문제를 결코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어느 상황에서나 상처와 갈등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미룰 수도, 피해서도 안 되는 자기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때론 어른들의 불신과 의심에 반항하기도 하고, 기존의 규범과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며 자신들만의 세계를 꿋꿋이 구축해간다. 때론 그것이 하찮고 보잘것없는 시도에 그칠지라도.

소설은 ‘마녀 할머니의 독 탄 떡볶이집’을 주요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한동이’는 ‘마녀 할머니’의 손녀딸로, 엄마가 죽고 홀로 된 아빠가 재혼한 이후 집을 나와 할머니 댁에 얹혀산다. 할머니의 떡볶이 가게는 ‘동이’ 그리고 동이의 절친 ‘수민’과 ‘아영’의 아지트다! “나에게도, 아니 우리에게도 떡볶이나 닭꼬치를 씹으며 하루 일과를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단 말이다”라는 ‘동이’의 항변이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가.

“뭔 놈의 인생이 이리 심심하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할머니와 달리, ‘동이’의 인생은 시끌벅적, 요란하기 그지없다. ‘마녀 할머니’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독한 말들을 스스럼없이 쏟아내는 할머니, 세상 착하기만 한 아빠와 그냥 싫은 새엄마, 집안의 독재자인 막무가내 큰아버지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친구들까지…… 이렇듯 주인공 ‘동이’를 비롯해 주변의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 숨 쉬며 소설 속에서 좌충우돌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인물들은 자기들끼리 찧고 까불고 떠들 뿐 나를 끼워주지 않는다. 나는 유리창 밖의 제3자가 되어 그들을 지켜보고,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느새 그들은 우리 곁에 친구처럼 가족처럼 다가와 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뿜어내는 개성과 각각의 사연은 주인공 ‘동이’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키며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일으킨다. 부잣집 철없는 막내딸 ‘수민’은 자신을 못 믿고 감시하는 엄마와 냉전 중이고, 아빠 없이 미용실을 운영하는 엄마와 사는 ‘아영’은 사사건건 모든 일에 참견하는 동네 아주머니들 때문에 입을 다물어버리기도 했다. 늘 큰소리에 폭력을 행사하는 막무가내 큰아버지는 주인공 ‘동이’를 잠재적 문제아로 낙인찍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큰집 사촌오빠는 퇴학당하기 직전이고, 개중 모범생인 사촌언니는 가족 모두의 뒤통수를 치고 가출을 감행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이’를 끌어들여 가출을 방조하게 한 건 덤!  

[예스24 제공]
   
<책속으로>

그렇다면 나는내가 그 여자를 거부하는 건 비단 아빠와 결혼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보란 듯이 집 안에서 엄마의 흔적을 모두 지워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엄마가 쓰던 가구들을 모두 내다 버리고 새 가구들로 집 안을 채웠다. 장롱도 텔레비전도 냉장고도, 하다못해 세탁기까지 모두 다 바꿨다. 벽지도 새로 발랐다. 장판도 갈았다. 천장의 등도 새 디자인으로 바꿔 달았다. 바뀌지 않은 건 거실 바닥뿐이었다. 그러나 거실 바닥은 하도 쓸고 닦아서 엄마의 냄새가 조금도 나지 않았다. 집 안 분위기가 너무 달라져서 우리 집이 전혀 우리 집 같지 않았다.

아빠와 동생은 새집으로 이사하기라도 한 듯 마냥 좋아했다. 집 안에서도, 아빠와 동생의 기억 속에서도 엄마는 지워졌다.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인 것처럼. 완벽하게.

엄마를 기억하는 건 나뿐이었고, 그래서 나는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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